1. 소설 삼대로 본 식민지 조선의 모습
여름방학 숙제로 교과서에 수록돼있는 '삼대'를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책 불량만 보고 적은 양이라 좋아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계속 드는 생각은 이게 정말 고1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인지 의아할 정도로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꾸역꾸역 어렵게 끝까지 읽기는 했지만 이걸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어쨌든 이 '삼대'라는 소설은 가족 사소설로 조의관과 그의 아들 조상훈, 손자 조덕기 이렇게 삼대 간의 갈등을 대립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조의관은 명분과 형식에 얽매인 구세대의 전형적 인물이고, 아버지 상훈인 신문물을 받아들이긴 하나 이중생활을 하는 과도기적 인물이며, 덕기는 선량한 인간성의 소유자이나 우유부단한 인물이다. 조의관은 부인과 사별 후 수원댁을 들이는데 그의 네 살 베기 딸이 있으며, 훗날 그는 수원댁과 최창봉 손에 독살당하게 된다. 조상훈은 유학까지 갔다 온 지식인이지만 조의관이 중요게 하게 생각하는 봉제사를 반대하면서 그의 아버지 조의관은 아들인 본인보다 손주인 덕기에게 더 큰 믿음을 갖는다. 또한 그는 첩을 두고 노름을 즐기는 등 사생활이 문란하며 난장판이다. 손주 조덕기는 앞의 두 인물과는 다르게 신세대적 성향을 갖지만 친구 병화처럼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대립하거나 충돌하는 일이 없었다. 이렇듯 삼대는 각기 너무나도 다른 성향을 가진 인물들로 묘사된다.
특별히 대립하거나 충돌이 없던 삼대에게 불화가 생기기 시작한것은 재산분배 과정에서다. 앞에서 말했듯 조의관은 독살을 당하게 된다. 그는 살아생전 손주 덕기를 아들 상훈보다 더 믿고 아꼈기에 재산관리권 역시 덕기에게 물려주었는데 이를 예상치 못한 수원댁 일당은 독살은 성공하였으나 그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조상훈은 아들인 본인이 아닌 덕기에게 재산이 상속되자 모든 재산 관련 문서가 든 금고를 갖고 도망치다 경찰에 잡힌다. 홍경애는 덕기의 동창으로 상훈에게 농락당하여 그의 아이까지 낳았지만 버림받는 인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술집 일을 하며 지내다 만난 김병화와 사랑을 시작한다. 그 후 그들은 경찰 몰래 잡화상을 운영하다 이우상이 국내에 다녀간 뒤 검거선풍이 불어닥쳐 잡혀 들어가지만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장훈이 자살을 하면서 풀려나게 된다. 덕기 역시 자금을 대주었다는 혐의로 경찰에 잡혀가지만 결국 풀려면서 할아버지 조의관의 공백으로 조 씨 가문의 유업을 어떻게 이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심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2. 삼대를 읽고 느낀점
이 소설의 배경은 3.1운동이 끝난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이며, 극 중 주인공인 삼대 집안은 정말 콩가루 집안이다. 조의관과 조상훈은 보수와 개화의 이념을 두고 서로 총성 없는 전쟁을 하다 핵심 갈등인 재산 상속권으로 깊은 골이 생기는데 나 같아도 자식이 나의 이념과 신념에 반대를 하고 매번 충돌을 해온다면 내 말을 잘 듣고 잘 따르는 손주에게 더 마음을 줄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반대로 상훈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아들이고 핏줄인데 아버지에게 많이 서운할 것 같다. 이뻐하는 마음이 크다고 해서 아들이 아닌 손주에게 재산을 모두 상속한 조의관의 마음은 약간 의아하고, 너무하다 싶기도 하고... 그렇게 봉제사 반대가 큰 장애물이 되는 걸까? 하는 물음표가 생긴다. 조의관의 예상치 못한 선택으로 수원댁의 악행의 마지막이 성공하지 못한 건 정말 다행스럽지만 아들 상훈이 금고를 들고 도망가게 된 결과를 초래한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훈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이 얼마나 컸을까. 아버지로 인해 사랑만 주어도 모자랄 자식 덕기에 대한 마음 또한 편치 않았을 텐데. 이 소설에는 가족애, 우애와 같은 화목은 없다. 덕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직접적으로 도발하거나 대립하지는 않았지만 동창 홍경애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겁탈당하고 버림까지 받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게는 너무도 큰 미안함과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고, 아버지 상훈은 덕기에게 부모로서의 존경심이 아닌 실망과 부끄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홍경애는 운동가의 딸로 묘사되고 상훈은 그런 운동가를 도와주는 인물로 나오는데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지? 정말이지 삼대 집안은 대단한 콩가루 집안이다. 그래도 홍경애는 병화를 만나서 늦게나마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아 그건 너무 다행스러웠다.
삼대의 주요 특징은 모두 '돈'과 연결돼있는데 조의관은 조선시대에 족보를 사려면 엄청난 큰돈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상훈은 재산을 마구 탕진하려면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 돈 때문에 조의관의 마지막은 독살이라는 비극으로 마감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돈'이라는 건 사람에게 행복과 명예 등을 줄 수 있지만 어떨 때는 그 '돈'이란 건 가족 간의 불화의 씨가 되기도 하며 더 나아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죄악을 초래하는 강력한 무기이다. 그렇기에 돈이란 절대적인 행복일 수 없기에 진정한 소중함과 사랑을 줄 수 없으며 약간의 명분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삼대'라는 소설은 내가 이제껏 읽었던 책들 중에 가장 어렵고 난이도가 높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나의감상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에 생동감을 주고싶을때 추천하는 영화 '인턴' (0) | 2023.04.28 |
---|---|
[성인을 위한 도서] 모든게 우울할때 읽으면 좋은 데일리카네기의 지혜 (1) | 2023.03.10 |
[산정무한] 금강산을 직접 보는듯한 느낌을 담은 책 (0) | 2023.03.10 |
[박완서 소설] 일제강점기를 그린 '그 여자네 집' (0) | 2023.03.10 |
[6.25전쟁을 담은 책] 참담한 시절을 이야기로 담은 소설 (0) | 2023.03.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