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득이와 곱단이의 순수한 사랑
1. 고등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그 여자네 집'
이 소설도 '운수 좋은 날'과 같은 수행평가로 인해 또 한 번 읽게 됐다. 이 소설은 단독으로 나온 책이 없어 단편소설 모음집에서 찾아 읽게 됐다. 다행히도 단편소설 모음집에서는 모든 내용이 수록돼있어 교과서에서 보지 못했던 부분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여자네 집'은 일제 강점 말기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고,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그 시절 만득이와 곱단이의 이쁘지만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이다.
여기서의 '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포인트이며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읽다가 그 내용이 고향마을의 곱단이와 만득이의 얘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시 속의 모습들이 딱 그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외모도 멋있고, 똑똑한 만득이와 시골 애들 같이 않게 얼굴이 하얗고 이쁘게 생긴 곱단이는 서로 좋아해 연애를 했고,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이쁘게 바라보았다.
이 시대에 어른들이 만득이와 곱단이의 연애를 어여삐 보았다는 게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이야기를 통해 그려지는 둘의 모습에 왜 어여삐 보았는지 인정하게 되었다. 만득이와 곱단이는 서로 좋아하는 만큼 아끼며 잘 지내던 중 전쟁이 일어나 만득이에게 영장이 날아왔다. 이 전쟁은 우리나라를 광복으로 이끌어준 전쟁으로 묘사되는데 영장을 받은 만득이는 자신이 징병을 가있을 동안 자기만을 기다릴 곱단이를 생각하며 혼사를 거부하고 징병을 떠난다. 하지만 얼마 뒤 정신대 모집으로 곱단이가 끌려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곱단이의 부모는 곱단이를 서둘러 혼인시켜 신의주로 보내버린다.
38선이 그러지고 분단이 되면서 신의주는 갈 수 없는 곳이 돼버렸고, 징병에서 돌아온 만득이는 같은 마을 처녀 순애와 혼인하며 서울에 올라와서 살게 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는' 고향 군인회 모임에서 만득 씨 부부를 만났다. 그날 순애는 만득 씨가 아직도 곱단이를 그리워하고, 잊지 못하는 게 평생 한이라고 했는데 그 후 순애는 세상을 떠난다. 이 삼 년 후 정신대 할머니를 돕는 모임에서 만득 씨를 다시 만난 '나'는 만득 씨를 통해 곱단이에 관한 순애의 오해를 알게 되었고, 이 모임도 곱단이가 생각나서가 아닌 전쟁으로 인해 간접적이나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은 분들을 돕기 위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곱단이 얼굴은 생각도 나지 않게 세월이 지나갔다고 말하며 만득 씨는 눈물을 흘렸다. 그날 '나'는 나조차도 잘못 생각하고 있던 만득 씨에 대한 오해를 모두 풀 수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2. 30대에 읽은 '그 여자네 집'
'그 여자네 집'은 유독 마음이 가는 책이었다. 특별했던 소설이랄까. 아마도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라고 생각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일제강점기 시대는 어느 누가 듣고 보아도 참혹하고, 지옥 같은 생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나에게 아쉬움, 안타까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책을 통해 바라본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은 행복 그 자체였다. 제3자가 봤을 때도 그런 모습인데 본인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자신이 징병을 가면 쓸쓸하게 지낼 곱단이 생각에 혼인도 거부하며 징병 길가에 오른 만득이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내가 봤을 때 그건 너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결국 전쟁이 끝나 무사히 돌아오게 됐고, 만약 혼인으로 했었더라면 그들의 사랑은 해피엔딩이 아니었을까? 그랬었다면 곱단이에 대한 원망과 만득이에 대한 서러움으로 한평생 살다 간 순애도 사랑받는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불쌍한 건 순애 같다. 죽는 그 순간까지 만득이의 마음속에는 곱단이가 자리 잡아있고, 본인은 허울뿐인 부부라고 생각한 순애. 그렇지만 그것은 순애만의 오해였다. 자신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만득이에게 말해봤다면 어쩌면 쉽게 풀릴지도 몰랐을.. 곱단이를 경계하는 순애의 강한 모습은 그녀의 젊은 모습의 영정사진에서도 느껴질 만큼 너무 아팠을 것이다. '그 여자네 집' 안에 '그 여자네 집' 시의 마지막 구절의 내용이 인상적인데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각을 하면." 그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애틋한 마음과 그 여자를 향한 큰 사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소설은 그 당시의 전쟁으로 인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분단이라는 사실을 만득이와 곱단이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어떤 느낌보다도 전쟁으로 인한 참혹함과 안타까움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크게 와닿았다. 일제강점기에 관한 역사나 이야기는 여러 책과 방송을 통해 접했지만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 이전의 아름다움과 낭만을 곁들여 더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나의감상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년추천책]식민지 조선을 그린 장편소설 '삼대' (0) | 2023.03.10 |
---|---|
[산정무한] 금강산을 직접 보는듯한 느낌을 담은 책 (0) | 2023.03.10 |
[6.25전쟁을 담은 책] 참담한 시절을 이야기로 담은 소설 (0) | 2023.03.10 |
[청소년추천도서] 가장 재수없는 날인데 운수가 좋다고? (1) | 2023.03.10 |
[나의인생영화] 버킷리스트를 미루고 있다면 '라스트홀리데이' (1) | 2023.03.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