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재수가 없는 날의 조그마한 행복
1. 학창시절의 독서감상문
나는 수행평가를 하기 위해 과제인 '운수좋은날'을 읽게 되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단편소설이기에 또다시 책을 읽는대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고, 그만큼 쉬웠고 배운 것도 많았다. 이 '운수 좋은 날'은 알다시피 일생에서 슬픈 날을 오히려 운수가 좋은 날이라고 하는 반어적 표현을 반영하였다. 이 얘기는 한 인력거꾼 김첨지와 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인물들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말해보자면 인력거꾼으로 생계를 힘들게 지속하는 김첨지는 며칠 동안 돈 구경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돈이 없어 약도 지어먹지 못하는 아내가 설렁탕 한 그릇이 먹고 싶다고 김첨지에게 말하지만 김첨지는 오히려 욕을 하며 집을 나와버린다. 이 부분에서 김첨지가 아내를 정말 사랑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뒷내용을 읽어본 후 나는 괜한 의문이 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말을 바꾼 이유는 바로 그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그날 설렁탕을 먹고 싶어 하던 아내의 말을 뒤로하고 인력거 일을 하러 돌아다닌 김첨지의 얼굴 모습이 아른아른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남편이 아픈데도 돈이 없어 약을 못 지어 먹이는 걸,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것이 아무렇지 않을까. 그날, 이상하게도 많은 비가 내리던 그날. 다른 날의 몇 배의 돈을 김첨지는 벌게 된다. 평소에는 그리도 없던 손님들이 유독 오늘은 많으니 말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르는 김첨지는 오로지 돈을 벌었다는 생각과 설렁탕을 사 가지고 아내에게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한다. 그날 밤 김첨지는 설렁탕을 사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향하는 김첨지의 마음은 얼마나 기뻤을까? 한 손에 아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설렁탕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 아내에게 가는 그 마음 그것은 어느 누구도 쉽게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마음일 것이다. 그 마음도 잠시 집에 돌아온 순간 바뀌어버렸다. 설렁탕을 보고, 김첨지를 보고 해맑게 웃어줄 아내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싸늘한 김첨지 아내의 모습뿐이었다. 이렇듯 운수 좋은 날은 유독 수입을 많이 번 인력거꾼 김첨지가 아내를 위해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를 반기는 건 아내의 미소가 아닌 아내의 차디찬 모습이었다. 아내는 죽은 것이다.
나는 이 소설 중에서 마지막에 김첨지가 아내의 시체 앞에서 울며 말하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김첨지는 아내에게 말한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 대 왜 먹지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이 짧은 말 안에서 나는 김첨지의 아내에 대한 깊고도 지극한 사랑의 마음을 느꼈다. 그렇다. 김첨지는 겉으로는 아내를 미워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 속마음은 아내를 그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다.
'운수 좋은 날'은 김첨지 개인이 아니라 김첨지가 살았던 그 시대를 반영하였을 것이다. 아마 현진건 작가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가난과 슬픔을 한 소설 주인공과 소설을 통하여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나도 당시 사회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그 당시 사람들은 김첨지처럼 인력거꾼이라는 하찮은 일이라도 하면서 생계유지를 하였을 것이고, 이런 일들을 하여도 고작 몇 푼뿐이라서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모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가난이 서글프고 안타까운 것은 아프고, 병들었을 때일 것이다.
삶이란건 중요하고 소중한것이지만 그런 삶 마저도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찮은 단어일 뿐이다. 내가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삶이 소중한것이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그 시대에서는 어떻게 손 쓸수도 없고, 전염병이라도 돈다면 거의 대부분 빈민계층 사람들은 그렇게 그저 세상을 떠날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지금 여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정말 고마워 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직 자기만 잘났고, 나의 이익만을 중요시하고, 돈만 들어오면 먹고싶은거, 사고싶은거, 입고싶은 것 등의 걱정이 없는것 같다. 또 어떤 사람들은 당장의 돈이 없어 하고싶은 것을 하지 못한다해도 카드로 모든지 결제가 가능한 사회이다. 그로 인해 신용불량자 라는 사람들이 점점 더 생겨나는 것같다. 시대를 잘 태어나야한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옛날에는 병들어 아프면 방도가 없어 죽거나 불구가 되는 사람이 많았겠지만 지금은 돈이 없어 병을 치료하지못했다고 혹인 병에 걸려 죽는 사람이 적은 것같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현재 의료시스템이 많이 발전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고, 각중 무료 행사나 검사를 많이 실시하는 등 과거와는 많이 다른 모습니다. 과거의 김첨지가 사는 세상에서도 지금처럼의 국가에서의 보호와 지원이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운수 좋은 날'은 나에게 시대를 비교하면서 느낄 수 있는 점들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인력거 꾼 김첨지를 통해 그 당시 사회의 경제적 서민들의 모습이라든가 그중에서도 어려운 삶에 대해 깊게 잘 표현된 거 것 같다. 처음 읽는 책이 아니었기에 읽기 편했던 책. 내용의 의미를 더 깊게 생각하게 해준 책.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 책. '운수 좋은 날'은 이런 의미들로 나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2. 30대에 돌아본 '운수좋은날'
책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 10대때의 독서감상문.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는것도 신기했는데 따로 기록을 해놓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글로 남기면서 다시 읽어본 첫번째 독서감상문 '운수좋은날'
하루를 살다 보면 문뜩 '오늘은 왠지 좋은 일만 계속 생길 것 같네.'라고 생각되는 신나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안 좋은 일들이 연달아 생겨 '오늘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날이네.'라고 마음먹는 날이 있다. 운수 좋은 날은 소박하게 좋은 일들이 가득하다 가장 큰 불행인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는 김첨지의 하루를 담은 이야기이다. '어쩐지 오늘은 운이 좋더라니'라는 그의 말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아있다. 그것도 아련하게 말이다. 10대의 나와 30대가 된 나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는지 지금 쓴 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생각이 포개듯 겹쳐져 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그날처럼 지금도 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이런 날에는 유독 그 시절의 꿈 많던 내가 그립고 아련해진다. 지금 살아가는 모습을 그때의 내가 알고 있다면 얼마나 씁쓸할까.. 운수 좋은 날의 감상문을 통해 그때의 나를 만나는 느낌이 참 좋으면서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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